[에코데일리뉴스=최순섭 기자]
요즘 나는 이 한 권의 책에 꽂혀있다.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다. 어떻게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는 겸허에서 출발하는 것 인가, 별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겸허에서 본다. 책머리에서부터 차례를 보더라도 시인의 반성이라는 것, 그것도 서정의 반성을 통해 시인의 겸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방황하는 우리문학의 흐름을 우주문학으로 물꼬를 트고 그 행성 흐름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문학의 방향은 어디로 흐르고 있는 가. 정확히 우리문학의 문제를 진단하고 병들어가는 현재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제의식을 던진 커다란 우주적 빅뱅의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문학사적으로도 또 하나 기념비적 우주문학이 탄생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김영산 시인의 고향은 우주의 어느 별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에는 최전선이 따로 없다. 형식의 파괴보다 내용 파괴가 그러한데 자기 시 살겠다고 모든 시 죽이는 시와 나는 전쟁을 할 것이다. 시는 갈라지고, 갈라지고, 갈라진 세계에서 동시에 궁극적으로 통일성을 지향한다.”
또한 “한국시의 미래는 서정의 파괴가 아니라 서정의 옹호이다. 무엇보다 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다독거리는 간절함이 필요한 때이다. 그것은 우주적 서정, 우주적 서사, 우주적 사랑이 통일될 때 한국에서 진정한 우주문학 시대가 열릴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우주시대에 살고 있다.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 받아쓰기 하는 자들이 시인이다.’ 이미 그 속에 정체성도 타자성도 들어 있는 사건 중심의 우주문학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김영산 시인의 산문집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도서출판 b)가 빅뱅의 주목을 받으며 탄생한 것이다. 그는 “누군가 써야 할 우주 문학론을 위해!”, 대학에서 강의 한 내용들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우주의 장례는 시의 장례요, 시의 혼례요, 우주의 혼례이다. 우주의 혼례는 지구의 장례요, 지구의 혼례이다. 지구의 혼례는 시의 혼례이다.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는 말은 시의 혼례가 치러지고 있다는 말이다. 애인이여, 애인이여, 시의 장례는 시의 혼례!”라고 그는 우주의 사랑을 말하고 있다.
나는 어서 죽기만을 바라고 살았는지 모른다.
오늘
시간은 죽지 않는다. 시간은 살아 있다
요즘
고급시계가 유행한다지만 나는
그가 죽으며 유품으로 남긴 낡은
손목시계를 차고 학교에 간다
나는 그녀의 애인이었고 삼십 년 전에 죽은 그가 찬 시계를 차고
애인이 된 그녀가 준 시계를 차고 학교에 간다
언제 마지막 수업이 될지 모르는
시 수업을 위해
시간을 거슬러 시의 계단을 오른다
애인이여, 애인의 시계여
4년 동안 너를 차는 동안 죽음은 늘 제자리에 있었지만
- 『애인의 시계』전문
시의 빛나는 순간을 보았는가, 시의 어두운 시간을 보았는가. 우리의 시처럼 빛나는 시침과 분침을 가진 이 시계, ‘하얀 별’ 그녀가 준 것이다. ‘하얀 별’그녀가 준 선물
그렇다 이제 세계최초 우주문학 탄생의 발원지 한국문단의 성숙한 결실을 기대해 본다. 노벨문학상을 넘어 우주문학상까지 제정해야 할 꿈을 꿔본다. 김영산 시인은 “시의 장례는 곧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우주적인 서정, 우주적 서사, 우주적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다』 (도서출판 b)의 저자 김영산은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0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冬至”외 6편의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冬至』 『평일』 『벽화』 『게임광』 『詩魔』 『하얀 별』 등이 있고, 장편 동화 『주먹열매』가 있다. 현재 중앙대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중앙대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서 강의하고 있다.
[최순섭 기자 : css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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