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인터뷰,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참여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던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은 2006년 4월에 취임해 2007년 9월까지 제11대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그리고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지금은 재단법인 광장의 연구원장으로 지내고 있는 이치범 전 장관을 만났다. 이 연구원장은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을)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계획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연구원장은 무상급식을 아젠다로 복지문제가 정치적인 담론으로 부각되고 있어 환경문제도 조만간 사회 정치적인 담론으로 표면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원장으로부터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1. 오래만입니다. 최근 근황이 어떠신지요.

반갑습니다. 그동안 환경부 장관 출신으로 환경과 관련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 왔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몇 차례 ‘1인 시위’와 강연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2008년 봄부터 이해찬 전 국무총리께서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광장의 연구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계간지인 광장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광장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하고 있는 SERI 보고서가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에서 이런 종류가 진보진영에서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광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지속 가능한 성장, 풍요롭고 안전한 삶의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는 연구재단으로 계간 광장, 이슈브리핑 등 정책자료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제와 복지, 남북관계 등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에는 야권통합과 2012년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위해 혁신과 통합이라는 통합운동기구의 발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장관 재직시절 가장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든다면 아울러 최근 들어 미군기지 환경오염과 미군 성폭행 사건 등으로 소파협정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내셨는데 당시 미군기지에 대한 정부의 협상과정이나 입장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환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가장 잘한 점 중 하나는 사천 장항산단을 백지화시켜 국립생태원을 만든 것과 팔당호와 관련해 하이닉스 논란에서 하이닉스 건설을 무산시키고 상수원을 지켜낸 것입니다.

특히 18년간 표류해온 충남 장항산업단지 건설 논란 문제에서 생태환경도시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현지 주민과 중앙정부의 협의를 이끌어 낸 것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주 이천 등지에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건설과 관련해 당시 지역주민 중 일부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부 장관 자폭하라’ 등 강경한 현수막까지 걸렸으며 ‘100분 토론’에 까지 나가 논쟁을 하기도 했으며 경제 부처 장관들과도 많은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처럼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자 하나, 둘 풀려 씁쓸합니다.

재임 기간동안 많은 노력에도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 것은 미군기지 반환문제입니다. 당시에 미군기지 상환문제가 커다란 사회적인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 한국과 미국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국방부와 외교부 등 입장이 갈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존재했습니다. 미국 측도 한국에 선례를 남기면 세계 곳곳에 있는 모든 미군기지에 적용해야 하므로 부담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이 진정 대국이라면 과거에 잘못된 것은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며 거기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일화로는 버시바워 미국대사가 저를 정부청사로 찾아왔을 때입니다. 일부 언론에는 전화 통화를 했던 것으로 보도됐으나 실제로는 종합청사를 찾아왔습니다. 찾아오겠다고 할 때 당시 비서진 등에 물어보니 선례가 있느냐고 해 선례가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대사의 직책은 국무부에서 국장급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장관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고압적이었습니다.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 당시 저는 많은 보고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대화 중에 계속 의견 차이를 보이자 버시바위 미국대사는 대화 도중 벌떡 일어나 나가자 저는 불러 세워 통역에게 분명하게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에는 장사꾼으로 표현하고 미국의 합리적인 제안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적혀 있어 한미관계가 이런 거구나 하는 씁쓸함이 들었습니다.

또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현안으로 1시간 30분 동안 따로 보고했습니다. 또한, 환경부 장관으로는 드물게 NSC(국가안보회의)에 참석, 외교부와 국방부와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미군은 결국 열쇠만을 던져주고 가 버렸습니다.

3. MB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평가한다면?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겉만 녹색이지 실제로는 토목건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60%의 돈이 단일 항목, 즉 ‘국토 개조’에 들어갔습니다. 녹색성장은 성장을 우선으로 한 것입니다.

MB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성장 쪽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토목건축을 통한 국토개발이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힌 녹색성장입니다. 녹색으로 겉만 포장된 70∼80년대 토목건설 위주의 개발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장동력을 1960년대 경공업,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및 에너지 다소비산업 등 그리고 90년 이후에는 IT, BT 등 지식에 기반을 둔 융합산업에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식민지를 지낸 국가 중 보기 드물게 빠른 성장을 해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저희도 EU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그들의 앞선 기술력을 통해 환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처럼 충분히 가능합니다.

4.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출마하시겠다면 환경관련 공약이나 준비된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환경이 아직 의식 속에만 있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녹색당은 당을 만드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환경문제를 정치적 사회적인 아젠다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복지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당을 만드는 것보다도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젠다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2013년 이후 앞으로 20년을 규정하는 것이 내년 선거입니다. 성장보다는 평화와 복지, 생태환경 등이 진보 개혁진영의 담론이기도 합니다. 저는 내년 총선에서 고양시 덕양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입당하거나 선거사무실을 개소하지 않았습니다만 평화, 복지, 환경과 같은 가치들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고 저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고양시는 그린벨트도 많고 비교적 지역이 큽니다. 지역사회 문제는 시장이나 시 의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환경, 복지 등 이 지역에 맞게 국회에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또한, 혁신과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