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기 '본지 객원 논설위원 겸 지식산업센터 INNO 센터장'
현재 국내에서는 지식경제부의「대·중소기업 탄소파트너십 사업」의 일환으로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9개 업종, 11개 대기업, 290여 개 중소협력사가 참여하여 제품생산 전 과정의 탄소배출 실적을 진단하고, 기술개발, 공정개선, 설비확충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최근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이행논의가 본격화되고, EU,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이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국제 환경규제에 공동대응 하고 있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또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좋은 모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면 기업의 녹색정책은 주춤하기 쉽다. 대만 월간지 위안지엔(遠見)의 금년 3월 조사에 의하면 대만의 주요기업 가운데 올해 저탄소 정책을 선언한 기업은 지난해 30.5% 대비 19.2%로 대폭 줄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우리도 혹여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녹색성장은 기업의 사명(mission)이며,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이런 핵심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곤란하다.
관련 정부는 동 사업의 글로벌화,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의 파트너십 지원,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 등 다각적이고도 지속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니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필자는 향후 대기업 협력사의 파트너십이 1차 협력 업체에 이어 2차, 3차 협력업체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종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하면, 불공정거래 관행의 개선을 주로 의미했다. 그러나 탄소파트너십 사업에서 보듯 녹색성장을 함께 실천하는 것도 상생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좀 더 넓게 보면 애써 개발한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산업보안(security)협력도 강화하고 각종 봉사활동과 재난 구호활동에 함께 발 벗고 나서는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통한 성장이 요구된다. 물론 이러한 협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요구된다.
필자는 기업들의 녹색협력을 바라보면서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녹색투자, 보안투자, 재난예방과 관리에의 투자 등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실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기업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의 초석이다. 기술개발 뿐 아니라 보안인프라를 강화하고 재난예방과 안전 위한 시스템 도입과 운영을 통해 기업의 안전과 건전성을 높이는 작업 그 자체가 바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이다. 기업이 존속할 때 비로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가능하다.
앞으로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시장, 고객과 장기적 신뢰관계 구축을 해 나가야만 영속기업으로서 존속하며 성장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조사결과를 보면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BMW 등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경우 S&P500 기업 평균의 아홉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란 결국 기업의 뿌리를 단단히 하는 과정이지 결코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더 이상 갑과 을이 아니다. 시장과 정부는 이들의 상생협력을 지켜보고 있다.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이 보다 많아질 때 우리의 미래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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