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회에서 날카롭게 맥을 짚어내는 의정활동으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허준혁 의원. 그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초구청장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환경과 문화, 교육 등의 부문에서 똑 소리 나는 비판과 함께 남다른 안목의 청사진을 제시해 온 허 의원이기에, 그가 구청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나타날 결과에 대해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2월의 끝자락에, 허준혁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다 빈치와 비스마르크, 그리고 정치인 허준혁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말에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막연히 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라며 운을 떼는 허 의원. 초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장래희망이라고 할 때,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되고 싶다”며 독특한 꿈을 밝혔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술, 과학, 정치에까지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사람입니다. 그런 다 빈치가 롤 모델이었고, 그런 사람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다 빈치가 되고 싶었던 허 의원의 꿈은 중학교 시절로 접어들며 좀 더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 목표의식의 발화점은 바로 동독과 서독의 통일이었다. “우리처럼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통일하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을 통일시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어요. 또 그러기 위해서 강한 추진력을 지닌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비스마르크의 추진력이 그 당시의 제게 귀감이 된 사례였어요.”
청소년기를 보내며 자신이 이뤄야 할 목표에 대한 확신과 철학을 굳힌 허 의원은 대학 전공을 정치외교학(단국대)으로 정한다. 올바른 정치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그의 전공을 자연스럽게 정해준 것이다. 허 의원은 대학교 시절 법정대 학생회장을 맡는 한편 통일을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쓰며 자신의 정치철학에 관련한 전문지식의 깊이를 더하는 데 매진했다. 이어 대학원 진학 후에는 전국 대학생 통일논문 현상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이후 논문수상자 모임인 전국통일문제연구회의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다 중앙청년연합회를 거쳐 92년 김영삼 대통령 선거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중앙청년연합회에서 기획업무를 봤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김덕룡 의원의 보좌관을 맡으면서 정치인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내가 직접 정치를 해야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죠.” 상도동계 좌장으로 불리던 김덕룡 의원의 보좌관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국회에서 활동한 허 의원은, 이윽고 정치인의 꿈을 현실로 이루게 된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된 것이다.
►15년 동안의 국회밥, 허투루 먹은 것이 아니다
허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15년 동안 국회 최일선에서 일해 온 경험을 시의정활동에 고스란히 되살려, 전문성 있는 자료 연구와 치밀한 공략으로 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왔다. 그는 서울시에서 제출한 2007년∼2009년 한강의 수질오염도 측정 결과를 분석해 상수원인 팔당댐에서부터 한강 하류지점인 행주대교까지의 수질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끄는가 하면, 신종인플루엔자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는 강남 3구의 감염발생 위험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지역의 첨예한 이슈 발굴에 누구보다도 빠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밖에도 지역의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일을 맡으며 아이디어를 내 영어도서관을 건립하고, 시내 52개 공공도서관의 복잡한 도서구매 방식을 지적해 내는 등, 허 의원은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친 폭 넓은 안목을 의정활동을 통해 증명해 내고 있다.
이와 같은 활약을 인정받은 허 의원은, 지난 2009년 서울시의회에서 가장 우수한 의원에게 수여하는 의정대상의 주인공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의정대상은 곁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보고 관찰해온 동료 의원들이 자체적인 평가 절차를 거쳐 주는 만큼, 그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는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사)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에서 발표하는 ‘친환경 우수의원’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허 의원은 15년 동안 국회에서 재무ㆍ국방ㆍ보건ㆍ외교통상위 등 다양한 상임위 활동으로 얻은 풍부한 경험을 자신의 의정활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름 석자 건 도서관 짓고 싶어요”
최근 허 의원은 서초지역 도서관 건립 사업에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책과 인연이 많았던 허 의원은 중학교 때 전교 1,2 등을 다투던 친구와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당시 그가 즐겨봤던 책은 추리 소설. 추리 소설을 읽으면 머리가 더 좋아질 것 같았다는 그는 교실보다 도서관이 좋았다고 한다.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청소년기를 보낸 허 의원은, 대학교 시절부터는 신문 칼럼은 물론 관심 있는 논문까지 두루 섭렵하고 스크랩을 하면서 학업에 정진했다고 한다. 게다가 결혼하면서 얻은 방도 다 책으로 가득 채웠단다. “중고책방에서 책을 사고 집에 진열해 놓는 재미에 푹 빠졌었죠. 결국 책이 집 천장까지 쌓이는데, 그게 마냥 뿌듯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수많은 책 중에서 제가 필요한 책이 어디에 있는지, 제가 어떤 책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알아요. 책을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허 의원은 서울시의 25개 구 중 구립도서관이 없는 곳이 서초구라 밝히며, 자신의 이름 ‘허준혁’ 석자를 건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서점은 오늘 나오는 신문과 신간을 바로 살 수 있다는 것이 도서관에 비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새로운 책이 발간된 후 ‘1년 6개월’ 동안이나 신간으로 분류하죠. 이런 현실의 도서관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신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도서관들이 책을 최저 입찰가로 구매하다보니 출판사에서 꺼려하기 때문이죠. 도서관에서 신간의 초판을 미리 구입하면 출판업계도 활성화 되는 등 장점이 많을 것입니다.”
허 의원의 꿈인 ‘허준혁 신간도서관’은 서점보다 빠른 도서관이 목표이다. 그는 “제가 지향하는 도서관은 정부 차원에서 교육정책적으로 주도해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라며, “서점과 경쟁이 붙겠지만, 도서관은 대출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신간을 자주 사볼 수 없는 여건에 있는 시민들도 도서관만 찾으면 수준 높은 신간서적을 바로 접할 수 있게 되겠죠”라고 힘주어 말한다.
현재 허 의원은 도서관과 교육철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담긴 책을 저술 중이다. ‘내 아이의 미래는 엄마의 독서에 달려 있다(가칭)’라는 제목으로, 과거 논문으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던 실력을 되살려 집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역사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으로, 또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으로 가라 했습니다. 21세기는 문맹률이 아니라 독서율로 그 나라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라고 강조한다.
►에듀밸리, 에코밸리로 거듭나는 서초구 원해
허 의원은 최근 삼국지를 다시 읽고 있다고 한다. “대인관계, 사회생활, 희노애락의 인생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 삼국지”라는 그는 “역사의 흐름과 인물에 대한 해석이 매번 새롭다”고 말한다.
그가 인간사의 집대성,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삼국지를 다시 읽는 이유가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서초구청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의정활동을 통해 느낀 문제점들을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섰기 때문이다. 현재 서초구의 구정(區政)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박성중 구청장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강남 지역의 특성상 야당 측의 인사들이 역전의 전기를 마련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오히려 내부에서 올라오는 ‘젊은 피’ 수혈론이 부각되면서, 사실상 본선보다 어렵다는 당내 공천을 놓고 뜨거운 각축이 예고되고 있다.
“어릴 때 자라온 환경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이 바람을 서초구에서 실현하고 싶습니다. 반딧불이와 메뚜기가 되살아나는 서초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서초구에는 산이 있고 물이 있고 무엇보다 이를 이해해줄 좋은 사람들이 있어, 뜻을 모은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꿈이 체계화 된 것이 바로 ‘에코밸리’와 ‘에듀밸리’입니다. 자연을 보듬어 친생태적 환경으로 되돌리자는 계획이 에코밸리라면, 사람을 보듬어 친교육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에듀밸리입니다. 청계산과 우면산을 이용한 ‘에코테마파크’ 조성과 서울시교육청 이전, 청소년 영재 수련원 등의 실질적인 방안들을 수행할 여건이 서초구에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이 여건 하에 환경과 교육, 문화의 메카로 서초구를 키워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허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논리정연하게 말로 옮기며, 의정활동 때 보여주던 날카로운 눈빛을 한층 더 빛냈다. 이제 정책 감시단의 역할에서 정책집행자로 큰 변신을 시도하는 허 의원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 향후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약 력
보성고등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단국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졸업
국회의원 김덕룡 보좌관
국회한나라당보좌관연구모임 윤중로포럼 회장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조직위원장
서초문화원 부원장
서울특별시의회 의원(200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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