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중소기업청
청장 김형호
얼마전 롱테일과 프리코노믹스(공짜경제학) 이론의 창시자이면서, 오픈하드웨어 분야의 독보적인 관록을 지닌 크리스 앤더슨의 “Makers" 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도서에서는 오픈하드웨어 트랜드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과 발명가들의 성공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는 더 이상 폐쇄적인 기업환경을 가지고는 기술발전의 속도와 시장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고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제조산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지역에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있었으며 풀뿌리 제조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높은 지대와 인건비등의 문제로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빈자리를 IT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오픈하드웨어 환경의 동기가 된 소프트웨어 산업의 변화와 서울지역 산업변화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작된 공개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의 혁신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가고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들 대부분은 철저한 보안을 기반으로 가지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가 기업 성장의 일급 비밀이었으며, 이를 토대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는 아직까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PC 운영체제시장의 절대강자이다. 하지만, 오픈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운영체제 등장과 모바일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운영체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더 이상 예전같은 절대강자가 아닌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뒤늦게 모바일 시장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능에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구글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성공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사업화하였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개발자와 함께 플랫폼의 안정성을 완성하여 많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단말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정보공유를 통해 성장한 오픈소프트웨어 산업이 제조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지역의 산업은 어떻게 변해 왔고 고민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서울지역은 과거 산업화 시기에 인력수급이 용이하고, 상거래가 활발하여 작은 규모의 제작소들이 많았고, 몇 년전까지도 왕십리에는 금속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공장들이 300여개 가까이 밀집해 있었다. 이러한 작은 규모의 제조기업들은 높은 지대와 주거환경정비 등의 시책에 의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그 자리에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에 어울리는 IT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한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한 제조업보다는 IT 기업들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의 기본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제조산업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울지역의 산업편중에 대해 고민하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성공적인 제조업의 바탕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메이커스에서 말하고 있는 오픈하드웨어 기반의 제조산업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대안으로 고민할 수 있는 제조업의 변화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조공장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집단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제조를 외주하면서 아이템만을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픈하드웨어 기반의 제조업이 하나의 대안인 것이다.
이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제조업을 창업하고자하는 젊은이들과 분야별 전문가, 안정적인 제조기반을 갖춘 기업가들이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다. 이러한 기술공유를 통해 상호발전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문화를 생각할 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와 소스를 공유하는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럴 때, 정부의 정책적 수단이 동원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최근, 중소기업청은 미국의 테크샵 개념을 본떠서 만든 “시제품제작터”를 지방청에서 일부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운영성과도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 발명가들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조장비와 장소를 활용하여 시제품을 만들어보면서 제조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픈커뮤니티 구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전문가들의 지식정보가 효과적으로 공유되도록 유도하여 시제품제작지원까지 연계된다면, 서울이라는 공간안에서도 제조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한다. 예비창업자가 증가할수록, 중소기업청을 포함한 정부는 창업을 지원할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구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서울의 제조업이 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렇게 변화되는 산업트랜드를 이끌고 중소기업을 밀어주고자 하는 생각이 한 개인의 바람이면서, 서울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지역기관장이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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