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 우리 청 불공정거래신고센터(정부과천청사 1동)을 방문한 중소기업 사장님이 작년 있었던 사연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제약회사로부터 위생용품 제조를 위탁받아 정상적으로 납품하였는데도 납품대금을 못받은 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납품한 수량을 대부분 반품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청에서는 곧바로 신고사건으로 접수하여, 해당 위탁기업에 대하여 자료 요구,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 후 ‘개선 요구’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부당 반품 등 신고 및 조치 요구’를 하였다. 작년 11월말부터 각 지방청, 중소기업중앙회,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옴부즈만지원단 등 14곳에 ‘불공정거래 신고센터’ 가 설치되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청은 2006년부터「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에 따른 ‘수위탁거래*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대․중소기업 간에 발생하는 ‘위탁대금․지연이자․어음할인료 등의 미지급, 납품단가 인하, 부당 발주취소, 수령거부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시정하는데 그쳤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열풍에 힘입어 중소기업 지원․보호의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층 고조되었고 중소기업청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정기적인 ‘수위탁거래 실태조사’와는 별도로 위와 같이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지방청 산하 ‘비즈니스지원단’ 및 ‘대한변호사협회와의 MOU 체결’을 통하여「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일명 3배소)** 가능 여부’ 등 법률적 상담도 함께 제공하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소송제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경영애로 해소를 위해 ‘판로개척 지원, 유동성 자금 지원, 수출역량 강화 등 정부지원사업 참여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우대지원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Robert B. Reich) UC버클리대학 교수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원제 : After Shock)’에서 “소수가 부와 소득을 독점하고 다수가 그 나머지를 나눠 갖는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경제 및 정치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합의가 깨진다면 국가는 무너질 것이다.” 라고 언급하였다.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상황 속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상생’이라는 ‘경제주체 간 기본 합의 회복’을 위하여 ‘불공정거래 신고센터 등’이 그 작은 씨앗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수위탁거래’란 제조, 공사, 가공, 수리, 판매, 용역을 업으로 하는 자(이하 “위탁기업”)가 물품 등의 제조, 공사, 가공, 수리, 용역 등을 다른 중소기업(이하 “수탁기업”)에 위탁하여 발생하는 거래를 말하는데, 공정위 소관의 하도급법에 따른 ‘하도급거래’의 경우 제조위탁을 제외한 ‘용역․수리․건설위탁’에 있어서는 ‘위․수탁기업의 주된 업종’이 서로 일치해야만 하도급법 적용이 가능한 반면, ‘수위탁거래’의 경우 ‘위·수탁기업의 주된 업종’이 서로 달라도 상생협력법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건설’을 주된 업으로 영위하는 위탁기업(건설업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된 업으로 영위하는 수탁기업(용역업자)에게 ‘ERP시스템 개발’을 위탁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단가보다 더 낮은 단가로 공급하도록 강요하였다면, 공정위에서는 위탁기업이 용역업자가 아니므로 하도급법 적용 제외대상(민사상 분쟁)이 되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청에서는 상생협력법상 ‘수위탁거래’에 해당되므로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한 후 해당 위탁기업(건설업자)에게 ‘개선 요구’와 함께 공정위에 같은 법 제26조에 의거 ‘조치 요구’를 할 수 있다.
** 하도급법 제35조 제2항은, 5개 행위유형 즉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부당 감액, 기술 유용’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해당 원사업자(상생협력법상 “위탁기업”)가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김형호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