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증가하고 있는 터널의 안전은 보장되어 있는가?
2013년 8월 14일 강원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어느 고속국도. 모처럼 광복절을 낀 나흘간의 휴가를 받은 K씨 가족들은 지금 동해안에 위치한 모 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있다. “국도를 타기 정말 잘했어. 휴가인파 때문에 고속도로를 계속 탔으면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 알 수 없어.” K씨는 가족들을 위한 오랜만의 휴가에 한껏 들떠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가 막 터널을 들어서려는데 잘 달리던 차들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 거북이걸음을 하기 시작한다. 여름휴가를 위해 동해안으로 달리던 수많은 차량들이 터널 내에 정체 된 채 서있는 그때 저 앞에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터널을 뒤덮는다. 잠시 차안에서 사태를 주시하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하나 둘씩 차에서 내려 사태를 살핀다. 고장으로 정지한 차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바람에 차량들이 꼼짝 못하고 터널에 갇힌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불길이 옆 차에 옮겨 붙으며 삽시간에 여러 대의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터널의 공조시설이 작동하고는 있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화염과 연기는 당황한 수많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터널 밖까지 나가려면 어느 쪽으로 얼마나 걸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K씨는 겁에 질린 부인과 자식들을 데리고 안내 방송에 따라 연기로 더욱 캄캄해진 터널을 걸어서 가까스로 대피소까지 피했으나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날 사고의 요약은 이렇다. 전장 4.5킬로미터의 터널 내 2킬로미터 부근에서 엔진 과열로 고장 난 차에 불이 붙어 폭발하였으며 이 불길이 주변에 정체 되어있던 차량에 옮겨 붙으며 26대의 차량이 전소되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연기로 말미암아 수십 명이 호흡기 장애로 병원 신세를 졌으며 그날 현장 가까이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단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사고 상황이다. 하지만 터널 내에서는 평균 시속 20 킬로미터의 교통풍이 불고 있으며,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진입할 때 동공의 반응 속도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5배나 긴 점 등을 감안 할 때 일반 도로보다 사고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폐쇄된 공간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2차사고 즉, 연쇄 다중 추돌, 폭발, 화재와 그에 따른 연기에 의한 질식 등으로 사고의 피해가 크고 참혹 할 수 있어 운전자와 관리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해외 터널사고의 예롤 보면 일본 니혼자카 터널화재(1979년, 사망 7명, 부상 2명, 173대의 차량소실, 화재진압 159시간), 프랑스 몽블랑 터널화재(1999년, 사망 40명), 오스트리아 타우에른 터널화재(1999년, 사망 12명, 부상 49명), 오스트리아 암베르크 터널화재(2001년, 사망 3명, 부상 12명), 스위스 고타드 터널화재(2001년, 사망 11명, 실종 28명, 부상 80명) 등의 대형 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터널 사고로는 2003년 내부순환로 홍지문터널(1892m)에서 중형버스와 테라칸 승용차가 정면충돌하여 화재가 발생하여 40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으며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는 설계상의 결함이 사고 확산의 주원인으로 판명되었다. 호남고속도로 호남터널 내에서 연쇄 추돌사고(2007년), 중앙고속도로 제천터널의 3중 추돌사고(2012년), 부산 황령터널의 7중 추돌사고(2012년), 여수 취적터널의 승합차 폭발사고(2012년), 중앙고속도로 가산터널의 트럭 폭발과 연쇄 추돌사고(2010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의 연쇄 추돌사고(2009년)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 터널 사고는 대부분 화재를 동반하여 자칫 큰 인명피해를 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국토부 도로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도로 터널 수는 약 10배로 증가하였다. 2011년 12월말 기준 전국의 터널 수는 1,465개소로 2001년 528개소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여 937개소(177%)가 많아졌으며, 총연장은 339km에서 1,052km로 714km(211%) 증가하였다. 길이가 1km 이상인 장대터널의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년 3월 5번 국도의 신북~북산 국도개량 공사 구간에 위치한 길이 5.1㎞의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어 운영 중이다. 기존 최장 터널이었던 능동터널(밀양시~울주군)보다 500m가 더 긴 최장 터널이다. 하지만 이 기록도 곧 갱신될 전망이다. 현재 공사 중인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구간의 인제터널은 길이가 무려 11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터널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그 길이가 길어지고 있는 이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차량으로 말미암아 도로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우리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이며 도로를 내기위한 토지 보상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의 고속화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도로의 직선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로 상의 터널 건설 증가는 불가피하며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도로 종류별 터널 분포는 고속국도 708개(48%), 일반국도 402개(27%)로 나타나 고속국도와 일반국도 상 터널이 전체 터널의 75%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향후 3년 내에 162개 터널을 신규 건설할 계획으로 구축 중에 있으며 매년 약20% 이상의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도로공사와 각 지자체에서는 고속도로와 국도에 지속적으로 터널을 건설하고 있으며 터널 내 사고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3부로 기획된 본 연재는 2편에서 형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 및 국도 터널의 관리와 이를 개선 할 방안을 제시하고 3편에서는 터널의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정영모 기자 : youngmo@seou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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