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민주당 등 야당에서 제출한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법안에 대해 정부여당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부금제 도입 전이라도 국고지원을 늘려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어 눈길을 끈다. 현재 정부가 대학에 직접지원하고 있는 국가장학금이나 교육역량 강화사업 같은 일반예산을 늘리면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반값등록금 실현에 필요한 정부지원금은 최소 4조 3천억 원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유은혜 의원(민주통합당, 고양 일산 동구)이 가장 최근의 대학 결산(2011년)을 기준으로 추계한 바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는 정부지원예산은 국·사립 대학원까지 모두 합쳐 6조 5,604억 가량이다. 이는 2011년 대학 등록금수입(수강료제외)에서 교내장학금을 뺀 실 등록금 수입(학생부담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수입에 정부지원금을 더하면 대학의 실수입에는 아무런 변동도 생기지 않고 학생들은 반값등록금 효과를 보게 된다.
국가장학금이나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같은 기존 예산을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사용할 경우, 최대금액(국립대 전체+사립대 전체) 기준으로 5조 6천억 원이면 완전한 반값등록금을 실시할 수 있으며, 최소금액(국립대 전체+사립대 학부) 기준으로는 4조 3천억 원이면 가능하다. 최대, 최소기준 모두 반값등록금 지원 추계액에서 국가장학금 Ⅱ유형 예산 1조원을 차감, 즉 기존예산을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돌린 것이다. 최소기준은 여기에 교육역량강화사업비 1,811억 원, 전문대교육역량강화사업비 2,330억 원을 차감해 나온 결과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예산안에서 국가장학금 5천억 원 증액이 편성된 것을 감안할 경우, 3조 8천억 원의 예산을 증액하면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
교육역량강화사업 등은 대학에 지원하는 일반지원 성격이 강한 사업이기 때문에 이들 예산을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용도를 바꾸더라도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신청한 대학 중 일부만 지원받던 구조에서 전체가 지원받는 형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유은혜 의원은 “그동안 연구 사업비 등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선택과 집중 원리 일변도의 대학재정 지원 사업에서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반값등록금을 통한 대학지원방식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등록금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예산심의 시 이 같은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제안했다. 경제위기로 인한 내국세 감소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 통과 여부 등의 변수를 고려할 때, 반값등록금을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값등록금 지원예산으로 추계된 4조3천억은 매년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이 늘어나는 규모와 유사하다.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은혜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교부금법안을 통과시켜 반값등록금 재정을 확보해야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덜기위해 기존 예산을 반값등록금 예산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한 진정성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은혜 의원은 반값등록금과 관련하여 그 배경과 필요성, 추진 방식 등을 담은 정책자료집 <반값등록금 도입에 따른 사립대학의 변화>를 발간했다. 자료집은 반값등록금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의 실체로 비합리적인 대학재정 구조와 비상식적인 대학의 운영구조를 짚고 있다. 관련하여 유은혜 의원은 “반값등록금은 단지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높이고, 대학재정구조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인 방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재용 기자 : hkper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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