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장맛비가 내리는 서귀포 보목포구의 파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때마침 해녀들이 물질을 나서는 시각,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를 바라보며 열두 명의 해녀들이 근심어린 눈으로 파도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 보기에도 아찔한 저, 파도의 울음소리!
그러나 해녀들은 하나 둘 바다로 헤엄쳐 나갔다. 그 곁에서 할머니! 할머니! 불러보는 손자의 모습을 본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경이로움에 빠졌다. 해녀들은 위대하다! 테왁 하나에 몸을 묶고 역사만큼이나 긴 숨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바다에서 들려주는 한 편의 시, 그 숨비소리를 들으며 자라난 제주도 대표시인 오승철 시인을 만났다.
오승철 시인은 1957년 제주 위미에서 태어나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겨울귤밭’이 당선 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개닦이’(1981), 그 후 21년 만에 ‘누구라 종일 홀리나’를 펴냈다.
21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누구라 종일 홀리나’를 낸다하니 어느 제주 시인은 ‘저, 쉐 잡아먹을 간세!(소 잡아먹을 게으름 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인의 외모만큼이나 수더분한 모습에서 편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박기섭 시인은 ‘누구라 종일 홀리나’ 는 “제주의 풍물이자 질서요, 제주여지승람이라는 성격이 약여하다. 격렬한 고요 속에 역사의 잔흔이 뚜렷하고, 은빛 억새의 반짝임이 충만한 오름 너머로 테왁을 따라 떠도는 숨비소리가 흥건하다.”라고 했다.
이처럼 오승철시인의 시편들은 제주 곳곳의 숨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어디 제주뿐이겠는가! 오승철시인의 주옥같은 시편들에서 4.3항쟁, 6·25, 임진란 등 우리 선조들의 아픈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대표적인 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오승철시인은 서슴없이 ‘딱새’를 주목했다.
우리 나라 오월 바람엔
딱새소리 숨어 있다.
바다 건너 사가현,
그 깊숙한 산골 비요(秘窯)
흰 얼룩 굴리며 우는 허기진 딱새가 있다.
추임새 넣지 마라,
필시 불의 시련이라면
임진란에 끌려 왔나 팔백 팔십 조선 도공
불대장 호령소리가
해원굿에 묻어나는
나베시마 흙으로 골동품 가게 전전하는
무연고 접시 한 점,
한 판 굿에 잦아들면,
사 백년 불 못 끈 그리움, 서늘하게 만져본다.
만져본다, 문양 대신 밥티 같은 텃새울음
동강난 산하라도 한 번이나 담고 싶다.
오늘밤 저 가마터에 불 당겨라, 찔레여.
-오승철, ‘딱새’전문
‘딱새’는 우리나라, 일본, 만주, 러시아 등 널리 분포하는 철새이자 안주할 수 없어 더욱 고향을 그리워하는 새이다. 시인은 임진란 때 끌려간 도공의 슬픔이 사가현 秘窯의 흰 얼룩으로 되살아나서 그리움의 불을 당기라하며 애틋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오승철시인은 1957년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에서 출생하고 1981년 '겨울 귤밭'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항아리'로 '시조문학' 여름호에 천료. 1988년 시조집 '개닦이' 펴냈다. 1997년 '사고싶은 노을'로 <한국시조작품상> 수상. 1999년 계간문예 '다층'창간에 참여하고 2005년 <이호우 문학상>수상, 2005년 <유심작품상>수상, 2010년 ‘셔?’로 <중앙시조 대상>을 수상 했다. 현재는 계간 '열린시학' 편집위원. <정드리문학회> 회원. <제주도청>에서 근무 중이다.
[최순섭 기자 : css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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