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다, 김근태 의장님이 계신 서울대병원을 뒤로하고. 피곤하긴 한데 잠을 잘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빚진 심정이라며… 꼭 털고 일어나라고…. 간절한 바램이다. 이 새벽 제발 전화벨이 울리지 않기를….”
지난 30일 새벽,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두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리고, 저는 그 분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망부석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한참동안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나 싶어서 가슴에 쥐라도 나는 것처럼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아시다시피 김근태 의장은 7, 80년대 암울한 독재정권과 대항해온 민주주의의 상징입니다. 작가가 글로 불의에 저항하고 사진가가 영상으로 부정을 고발한다면, 김근태 의장은 온몸으로 저항과 고발의 역사를 써온 ‘영원한 청년’이었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칠성판 위에 눕혀진 채 전기고문을 받으며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당했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면서도 동료와 후배들에게 늘 따뜻하고 겸손한 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고문으로 당신을 망가뜨린 고문기술자들까지도 용서하고 감싼 너그러운 분이었습니다.
특히 제게는 민주화운동의 선배였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을 함께 해온 동지면서 스승 같은 분이기도 합니다.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시절에는 간사로 그 분의 일을 도왔고, 재야운동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치로 희망을 만들어보겠다며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갈 때에도 함께 했습니다. 미약하지만 후원회와 한반도재단의 사무국장을 맡아서 그 분의 정치적 꿈을 아낌없이 지원해왔습니다. 제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손내밀어주고 이끌어준 분도 김근태 의장입니다. 그 분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를 배웠지만, 그 무엇보다 아직껏 제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가르침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삶,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삶의 태도입니다. 이제 그 분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지만, 그 분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지만, 저와 후배들에게 남겨준 가르침은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새해 벽두 인사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시작해도 모자란 판에 이런 우울함으로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슬퍼서 그렇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듯이 스승을 잃은 듯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그러나 슬픔도 힘이 된다던가요. 이렇게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
| |
김근태 의장의 마지막 메시지,
‘2012년을 점령하라’
는 말씀이 유언처럼 제 가슴을 파고듭니다.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2012년은 99%의 국민은 무시한 채 오로지 1%의 기득권만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참여해서 바꿔주십시오. 눈물을 씻고 유은혜가 앞장서겠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흘린 이 눈물이 환한 기쁨의 눈물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가정에 좋은 일로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빕니다. 소원하는 모든 일들도 성취하시고, ‘은혜’...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2년 1월 1일
민주통합당 일산동구위원장 유은혜
[조재용 기자 : hkperss@naver.com]
[저작권자 (c) 에코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News Network 에코데일리 (www.ecolover.co.kr) -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