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교수의 <만인보의 시학>은 신선한 충격이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다문화 가정까지 시공을 초월한 방대한 자료와 비평으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평론집에서는 민중, 다문화가정, 분단, 농어촌, 노동, 광산촌, 진폐 피해자, 봉급생활자, 일상, 문학상 제도 등 지극히 사회적인 주제들이다. 제목처럼 그야말로 ‘만인’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신선하고 솔깃한 주제들이다.
제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시문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써 일제강점기에 제기된 포즈론을 재조명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토대로 시의 플롯(형식)과 모방(내용)의 관계와 의의를 살폈다. 또한, 임화와 박인환의 시의 세계를 대중화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다문화가정을 담은 작품들의 주체성을 다루었다.
제2부에서는 몽양 여운형의 역사적 삶과 역사 발전을 이끄는 민중들의 상황을 살피고 분단 극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군기지의 확장에 따라 가꾸어온 농토를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대추리 농민들의 아픔을 담았다.
제3부에서는 노동시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전망을 제시했다. 또한,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인해 생업을 잃은 광부들과 진폐 재해자들의 아픔을 담았다. 아울러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동운동이 아니라 생산적인 블루오션 전략을 고민했다.
제4부에서는 일상의 시학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봉급생활자들의 일상이며 적응하는 모습들을 살폈다. 그리고 문학상 제도의 의의와 문제점을 정리했다.
특히 제4부에서 다룬 문학상 제도의 의의와 문제점에서는 문학상 전반에 대하여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학상은 작가의 작품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창작자에게는 물론이고 독자들에게 그리고 문학사에 영향을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문학잡지나 독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각종 추문에 휩싸이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했다.
맹문재는 <만인보의 시학>에서 문학상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운영주체나 심사위원이나 수상자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문학상의 취지에 맞는 기준과 색깔을 가져야 한다"라는 것. 둘째로 "심사과정을 포함해 문학상의 운영이 투명해야 된다"라는 것. 셋째로 "문인들이 지식인다운 신념을 지녀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는 곧 "자신의 문학관에 맞지 않는 문학상을 거부하는 것이 작가다운 행동이다."라고 했다.
문학상에 대하여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이 신춘문예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때라서 그런지 아래의 시가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반달의 윤석중 옹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새싹 문학상을 주시겠다고/ 안동 조탑리 권정생 선생 댁을 방문했다/ 수녀님 몇분과 함께,/ 두평 좁은 방안에서 상패와 상금을 권 선생께 전달 하셨다/ 상패를 한동안 물끄러니 바라보시던// 권 선생님 왈// “아이고 선생님요, 뭐 하려고 이 먼데까지 오셨니껴?// 우리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이런 상을 만들어/ 어른들끼리 주고 받니껴?// 내 사 이 상 안 받을라니더‧‧‧‧‧‧‧”// 윤석중 선생과 수녀님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다음날 이른 오전/ 안동시 일직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로/ 상패와 상금을 원래 주인에게 부쳤다// 그 사실을 늦게 알게 된/ 봉화서 농사짓는 정호경 신부님/“영감쟁이, 성질도 빌나다 상패는 돌려주더라도/ 상금은 우리끼리 나눠 쓰면 될 텐데‧‧‧‧‧‧‧” -김용락,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 6’ 전문
맹문재 시인은 문학평론가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문학정신>에 시를, 1999년 <현대시학>에 평론<적응을 위한 깊은 슬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가 있으며, 시론 및 비평집으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 <지식인 시의 대상애> <시학의 변주> 등 여러 권이 있다. 편저로는 <박인환 전집> <김명순 전집-시, 희곡> 등이 있다. 그는 전국노동자문학회가 펴내는 <삶글> <부천작가> <시작> <삶과 문학> 등을 창간하면서 편집주간을 맡았다. 지금은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만인보의 시학> (맹문재 씀|푸른사상|2011.6.|2만원)
[최순섭 기자 : css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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