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규동 시인의 마지막 모습, 모란공원 묘역)
문학을 통해 분단의 극복과 평화통일을 염원하시던 원로 시인 김규동 선생께서 9월 28일 오후 2시 50분경 폐렴과 지병으로 영면하셨다.
한국 문단의 원로 김규동 시인은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나 1944년 경성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47년 연변 의과대학을 수료했다. 고인은 1948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중퇴하고 스승 김기림을 찾아 월남했다.
고인은 경성고보 시절 스승인 시인 김기림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1948년 '예술조선' 신춘문예에 시 '강'이 당선, 등단했다.
1951년 박인환, 김경린 등과 함께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1955년 한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는 살리라’와 ‘포대가 있는 풍경’이 각각 당선되었다.
시집으로는 ‘나비와 광장’ (1955), ‘현대의 신화’ (1958), '죽음 속의 영웅' (1977), '깨끗한 희망' (1985), '오늘밤 기러기 떼는' (1989), ‘하나의 세상’ (1987), ‘생명의 노래’ (1991), ‘길은 멀어도’ (1991) ‘느릅나무에게’ (2005) 등이 있다.
평론집으로 ‘새로운 시론’ (1959), ‘지성과 고독의 문학’ (1962), ‘어두운 시대의 마지막 언어’ (1979)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문학 활동을 집약한 '김규동 시선집'(창비)이 발간되어 지난 60여 년간 지은 시 432편을 담았다.
또한, 지난 3월 거동이 불편한 고인의 구술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문학적 삶을 정리한 자전 수필 '나는 시인이다'가 출간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 만해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문인 장으로 10월 1일 오전 8시 영결식에서는 김정환 시인의 진행으로 이은봉 시인(작가회 사무총장)의 약력보고와 민영 시인(작가회고문)의 조사, 문덕수 시인(예술원회원)의 추도사가 있었다. 또한, 이건청 시인(한국시인협회장), 김광규 시인(한양대 명예교수), 맹문재 시인(안양대 교수)의 조시가 이어졌다.
영결식을 마치고 모란공원에서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울음을 참지 못한 유족들과 이를 지켜본 많은 문인들은 분단의 시대에 평화 통일을 염원하며 어려운 일 많이 하고 가신다며 애도의 눈물을 흘렸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춘영 여사와 김윤(사무생산성센터 대표), 김현(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김준(ISO 국제심사원) 등 3남이 있다.
광장의 나비
- 김규동 선생님께
맹문재
함북 종성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가는 나비는
지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습니다
가로막힌 철조망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고향집 우물을 지키는 느릅나무와 마주보며
즐거운 얘기를 나눕니다
꽝꽝 언 두만강에서 썰매를 탑니다
김기림 선생님 앞에서 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광장으로 날아듭니다
전쟁이 휩쓸고 간 광장
유신체제가 안개처럼 에워싼 광장
독재정치가 들어찬 캄캄하고 무서운 광장
어머니를 모시려는 염원으로 나비는
그 광장에서 편지를 씁니다
민주화의 실천을 물길처럼 냅니다
통일의 노래를 국기처럼 올립니다
광장을 지키고 있는 나비의 열망에
사람들이 손을 잡습니다
양식과 인연을 사랑하고
슬픔을 사랑하고
용기와 희망을 사랑하고
그리고 광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 맹문재 | 시인·안양대 교수·전태일문학상·윤상원문학상 수상자 >
[최순섭 기자 : css03@naver.com]
[저작권자 (c) 에코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News Network 에코데일리 (www.ecolover.co.kr) -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