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기 '객원논설위원 겸 지식산업센터 INNO 센터장'
최근 대학 등록금 문제로 우리 사회가 시끄럽다.
논란의 출발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에서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겠다고 나서니 청와대는 당의 일방발표에 대해 항의하고 정부도 덩달아 바쁘게 된 형국이다.
대학 등록금 과연 그 현실과 대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매우 비싼 편이다.
지난해 등록금은 5년 전에 비해 국립대는 30.2%, 사립대는 25.3% 뛰어 한 해 등록금이 1천만 원 수준에 이르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임이 틀림없다.
사실 그간 교육비 문제는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점차 중학교에 이어 초등학교에까지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갔고, 심지어 대학생들의 각종 취업준비를 위한 사교육비도 크게 팽창해갔다.
그리곤 마침내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마저 견디기 어려운 1천만 원대의 대학 등록금 폭탄이 되어 버렸고, 학부모가 지던 등록금 부담을 대출형식을 빌려 학생에게로 옮겨놓았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소득계층별 등록금 지원, 장학금 혜택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현실에서 정치권이 등록금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필연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조치이고 우리 사회에는 대학생만 사는 게 아니므로 균형 잡힌 고려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대학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손꼽힐 대학이 하나도 없고, 노벨상 수상교수도 없는 현실에서 학부모와 학생을 봉으로 알고 대학 등록금만 올려서 연명하려는 행태를 대학은 부끄러워하고 스스로 반성해야만 한다.
학교법인과 대학은 먼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법인이 대학 운영을 위해 법인 전입금조차 변변히 내지 않거나 심지어 아예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주인 행세만 하려 하는 사학법인은 도대체 정신이 있는가?
이는 마치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공공기관이 적자가 날 때마다 공공재 등 상품가격을 올려서 적자를 메우는 식과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사립’ 대학이라면 대학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대학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해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 스스로 키워야 함이 마땅하고 이는 바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것이다.
기부금과 산학협력 등 등록금 대체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함이 마땅하다.
반값 등록금의 논란 중에 대학 적립금 중 일부를 자발적으로 헐어 장학금으로 돌려주기로 한 수원대의 결정은 참으로 신선하다. 시설 인프라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으니 이제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둘째, 등록금 1천만 원이 순수하게 대학생 교육비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100% 전액을 교육비로 돌린다고 해도 국제적인 수준에서 볼 때 높은 편은 아니고,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최소한 연간 2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생 교육비가 거의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지만, 그 액수가 질 좋은 고등교육에 필요한 수준에는 못 미치기 때문에, 등록금은 학부모의 등골을 빼는 수준인데도 대학교육의 질은 나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기업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대기업은 대학에서 힘들게 교육한 인재들을 값싼 가격에 데려다 쓰고 있다. 자체 교육훈련 비용을 대학에 전가한 셈이다. 그러곤 대학에 건물 지어주곤 생색이다. 지역사회의 대학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지원은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다.
기업이 마땅한 책임을 다함에 의해서 오늘의 대학생이 내일의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출제도를 피할 수 있고, 대학교육의 질은 상승할 것이며, 더불어 기업과 사회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정부에서는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 것인가? 정치권이 이미 ‘空約이 되어버린 公約’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해받기 마련이다. 포퓰리즘이란 비난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부화뇌동해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부실대학에 교육예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부실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값 등록금은 오히려 부실 대학이 연명하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각계 조언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학 운영수입의 80%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은 부실 대학이요 한계 대학이다. 그렇잖아도 국내총생산 대비 부족한 대학 지원금을 부실대학에 나눠줘서는 안 된다. 부실 대학이 건실 대학이 성장하는 발목을 잡게 해서야 쓰겠는가.
대학 진학률이 세계 1위(82%)인 나라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선행하지 않고 돈으로 때우려는 시도는 결국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뿐이라는 지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수익구조 개선이 없는 한 피 같은 정부 예산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등록금 책정 모형의 개발 또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민들 입장에서 과연 ‘경쟁력 없는, 취업에 도움도 안 되는’ 대학을 나오는 것만이 능사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기부금 입학제의 유용성에 대해 국민토론을 해 보는 계기로 삼아봄 직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기부금 입학제를 허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학생으로 키우는 데 있어 현재의 교육비는 오히려 적을 수 있음을 인식하자. 등록금으로 부족한 재원을 기부금으로 채움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를 위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하여 사회에 나오면서 4천만 원의 빚더미에 깔려 시작하는 인생, 그럼에도 취업이 안 되어 빚 갚을 길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눈물과 한숨을 어찌 위로할지 우리 국민 모두는 진정 고뇌해야만 한다. 이들이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게 어찌 격려할지.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한편, 지식사회, 창의사회에서 이제는 ‘경쟁력 있고 매력 있는 멋진 대학’을 키워내야 한다.
외국의 석학들을 국내 대학에 유치하고, 외국 학생들에 대한 문호를 더욱 개방하고 학과 및 교수 방법에 대한 다양성을 수용하여 해외 인재들을 국내 대학으로 끌어들여야만 대한민국의 재도약과 미래와 번영이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대학, 대한민국 대학생 모두의 경쟁력과 매력을 키우는 발판으로 삼아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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