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기 '객원논설위원 겸 지식산업센터 INNO 센터장'
전국 교육청에 매년 1,000억 원이 넘게 배정된 재해대책 특별교부금의 대부분이 16개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나눠 가진 이유인즉, '재해가 없어서'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2008~ 2010년 특별교부금 집행내역'에 따르면 2010년 각 교육청에 책정된 1,137억 원의 재해대책 특별교부금 중 복구비로 쓰인 25억 원을 제외한 1,112억 원이 시·도교육청의 성과급으로 쓰였다.
2009년엔 1,047억 원 중 신종플루 접종비(339억원)를 제외한 708억 원이, 2008년에는 1,170억 원 전액이 '필요한 재해대책비가 없었다.'고 성과급으로 나갔다.
정말 좋겠다. 우리나라는 재해가 없어서….과연 그럴까?
일본의 예를 들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관련법은 내진 설계는 3층 이상의 면적이 1,000㎡를 넘는 건물에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학교의 경우 규모 5.5~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자료에 의하면, 2009년 말 현재 초·중·고교의 내진(耐震) 설계 대상 건물 1만 8,329동 중 87%(1만 5,912동)가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지진에 무방비인 학교 건물 중 54%인 8,486동이 지진 시 붕괴 위험이 있는 '대규모 피해 가능' 건물로 분류됐고, 이어 '중규모 피해 가능' 3,064동(19.6%), '소규모 피해 가능' 2,939동(18.8%), '경미한 피해 가능' 1,075동(6.9%) 등의 순이었다.
하청과 재하청의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를 생각할 때 학교 체육관과 강당 등이 과연 안전하게 지어졌을까? 재해가 없다고 우기면서 성과급으로 나눠먹기나 하는 사람들이 학교 공사계약은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다. 우려가 현실화될까 두렵기도 하다.
학교 건물 87%가 말 그대로 '지진 무방비'인데…재해대책에 쓸 돈 3년 3,000억 원을 교육청·교직원 성과급으로 썼다는 것이니,..도데체 이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가?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국민과 주민의 피 같은 돈을 호화청사 건립이며 의원 외유며 흥청망청 써대질 않나, LH공사 등 공공기관은 그들대로 적자투성이인 채로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하지 않나, 심지어 한국은행마저.
이들의 작태를 보면서, 진동하는 냄새를 맡으면서, 주인을 무시하는 뻔뻔스러운 대리인들을 보면서, 치솟는 물가에 전세난에 이자폭탄에….서민은 좌절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곤 교실과 강당과 체육관은 안전한지 근심스럽다.
박 의원은 "한 학교당 지진 대비 설비를 하는 데 드는 돈은 약 5억 원 수준"이라며 "남는 돈을 인센티브(성과급)로 쓰지 말고 내진 보강공사를 하면 매년 200개의 학교가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지당한 말이다.
환경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자연재해와 사회구조의 복잡화로 인한 각종 인적재난의 피해는 점점 다양화, 대형화 추세이며 이러한 재난 위험으로부터 우리 교육환경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이와 관련 필자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이런 준비에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
동회는 1948년 설립 이래 교육시설 피해에 대하여 신속한 복구지원은 물론, 각종 재난예방 사업을 펼치면서 교육시설의 재난위험을 최소화하는데 앞장서고 있고, 각 급 학교의 재난 예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교육시설에 대한 정보지 제작, 직무 특별교육, 등 재난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활동 강화와 선진방재 기술 도입ㆍ전파 등 교육 시설의 재난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재난으로부터 학교시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표준 ISO 기준에 맞춰서 재난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계획 마련을 조속히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Business Continuity Plan, Disaster Recovery 등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매뉴얼을 보완하라. 그리고 각 급 학교에 이를 모범 기준으로 전파하라. 각 급 학교는 학교의 제반특성을 반영하여 자체 대응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 서랍 속 매뉴얼은 안 된다.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재난은 속성상 불확실한 것이며, 준비는 바로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는 16개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교직원이 성과급으로 나눠 가진 돈을 다시 회수하라. 그게 어렵다면, 앞으로는 재해대책 특별교부금의 지급을 전면 중단하라. 그들이 재해가 없다고 하질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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